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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Still Fighting It>

by 정 신 2022. 11. 28.

회사 일을 마무리하느라 늦게 집에 들어와 누웠다. 이사를 해야 해서 집 알아보랴 대출 알아보랴 머릿속 여유도 없다. 잠이 쉬 들지 않지만, 주말이라 다행이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어느새 아침 기운이 느껴진다. 부스스 눈을 뜨고 힘겹게 고개를 일으키는데, 나를 보고 있다. 동그란 눈을 끔벅이며 넘어질 듯 말 듯, 몸의 균형을 잡느라 기우뚱거리는 아들이 나를 말똥말똥 바라본다.

 “Good morning son”

 

올해 1월 아들이 나의 세상으로 왔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란 게 실재했다. 너무 작고 약해 보여 말소리에도 다칠세라 조용히 이름만 불러줬다. 생명의 경이로움. 눈을 감고 팔다리를 휘적거리는 아들은 나의 어린 모습과 닮아있었다.

 

Everybody knows, it hurts to grow up

다들 알아, 자란다는 건 아픔을 겪는 일이라는 거

And everybody does

다들 그래

 

The years go on and we’re still fighting it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버텨내야 해

We’re still fighting it

우리는 이겨내야 해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벤 폴즈(Ben folds)의 곡 <Still Fighting It>이다. JTBC에서 방영한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 유명세를 치렀다. 아무래도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어 듣는 사람이나 곡을 준비한 밴드나 눈물을 참지 못했다. 나 역시 여러 번을 돌려 듣는데 기분이 묘했다. 노래를 듣는 아들은 아빠가 됐고, 들을수록 나의 아빠와 아빠 된 내가 안타깝다.

 

나의 아버지는 지금도 나와 둘이 밥을 먹으면 당신이 계산하신다. 가사 속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콜라와 감자튀김을 시켜주며 돈 걱정은 말라고 한다. 언제나 슈퍼맨이어야 하는―또는 그러고 싶은―가장의 마음이다. 내가 살아온 험난한 세파를 그대로 감당할 아들에게 대신 살아주지도, 완전한 버팀이 돼주지 못하는 우리는 그냥 미안하다.

 

아버지는 종종 떨어져 있는 아들과 통화 말미에 나보다 더 든든한 하늘 아버지에게 의지하라고 말씀하신다. 이제 그 말을 나의 자녀에게 전한다. 우리는 보잘것없지만, 창조주에게 기대 살 수 있는 특권을 받았으니 나도 너도 두려워하지 말자꾸나. 하나님을 잘 아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또 기도하게 된다.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다. 보는 사람마다 아들이 날 닮았다고 한다. 생김새뿐 아니라 행동과 생각까지도,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다.

 

“You’re so much like me, I’m sorry”  

 

그래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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