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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오버 저/김희정 역, 원서 : Educated)

정 신 2022. 12. 1. 11:23

타라 웨스트오버는 1987년 미국 아이다호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타라의 부모는 지독한 모르몬교도로 이른바 직통 계시파이며 세대주의 종말론자였다. 정부가 사회주의를 무기로 자신들의 신앙을 위협한다고 생각하는 아버지는 공교육과 의료체계를 거부하고 심판을 대비한 연료와 식량을 지하창고에 비축한다. 폐철을 수집하거나 약초 따위를 만드는 부모의 생산수단은 하나같이 더럽거나 힘들고, 위험하다. 사고는 수시로 터졌고 제대로 된 치료를 기대할 수 없으니 아버지를 비롯한 형제들은 여러 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다. 곡절 끝에 타라는 대학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배움을 경험한다. 많은 도움의 손길과 기회를 만나 타라는 계속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오래도록 자신의 정신과 육체를 옭아맨 관습에서 서서히 풀려난다.

 

길에서 말끔히 차려입은 두 명의 파란 눈 금발 외국인이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영어를 가르쳐 주겠다고 말을 걸었다. 모르몬교 선교사다. 모르몬교의 풀네임은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로 1820년대 조지프 스미스가 창시한 유사 기독교다. 2대 교주는 브리검 영으로 타라가 다닌 대학교 이름이기도 하다. 아이비리그에 익숙한 우리는 다소 생경할 수도 있으나 최근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밋 롬니를 비롯한 방송인 로버트 할리를 배출한 꽤 이름난 학교다. (학생의 90% 이상이 모르몬교도로 구성된 모르몬 판 한동대학교다)

 

모르몬교는 술, 담배, 마약은 물론 커피, 홍차까지도 안 마시는 극단적 금욕주의를 표방해서 해를 입히지 않는 이단으로―무신론자 처지에서―건강한 신앙인의 좋은 예로 꼽힌다. 중요한 건 이들이 심각한 이단이라는 점인데, 사람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영으로 존재했다거나 삼신론을 주장하며, 죽은 후에 해, 달, 별, 지옥 등의 다양한 세계가 있다고 믿는다. 철저한 구약 율법주의를 따르는 이들이 이렇게 성경에 없는 내용을 교리로 삼는 이유는 성경뿐 아니라 다른 계시의 책을 정경으로 두고 있어서다. 계시는 이어지며 모르몬교 선지자는 지금도 예언과 계시로 새로운 성경을 써나가고 있다.

 

물론, 모르몬교 가정이라고 해서 모두 웨스트오버와 같진 않다. 타라 아버지 같은 경우는 사실 개신교 계열에서 훨씬 두드러지지만, 아무렴 광신도 부모 밑에서 성장한 사람은 많을 수 없다. 대부분 부모는 상식적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시청할 때, 말도 안 되는 사실에 분노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자극은 시청의 동력이다. 이 책 역시 분노의 동력에 힘입어 지치지 않고 단숨에 읽을 수 있다. 교육의 본래 함의는 행복이다. 교육으로 무지를 깨고, 깨달음이 더 나은 삶을 줄 거라는 믿음이다. 막상 공교육의 자리에 있으면 그러한 믿음은 무참히 깨진다. 요즘 우리 아이들을 보면 ‘과연 행복할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학생들은 방과 후 학원에 앉아서 기계처럼 문제만 풀어대고, 학교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하염없이 멍 때린다. 이 아이들은 교육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는 교육에 대해서 누구나 할 말이 많다. 구체적 대안보다는 뜬구름 잡는 뻔한 소리가 오가면서 사람들은 점점 교육 불신론자가 된다. 이 책은 교육이 부재한 인생이 학교에서 배움을 접하며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준다. 책을 다 읽고서 교육의 의미와 그 힘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배움의 목적은 입시가 아니다. “자아를 찾아가는 투쟁이 곧 교육이다.” 타라의 외침이 귓전을 맴돈다. 교육이 답이라는 믿음은 교육이 바뀌는 실상이 되고, 보이지 않지만 사람을 바꾸는 증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